詩가 있는 아침

진순 씨!- 신진순(1953~ )

시인 최주식 2014. 2. 20. 21:40

진순 씨!- 신진순(1953~ )

 

고은 티라곤 없는 오십 고갯마루
뒷짐 지고 헉헉대며 오르는 계단 길에서
정 묻혀 이름 불러 준 너희들이 그냥 좋다

권위의 갑옷을 단단히 두르고
온갖 위협의 창날을 휘두르면서
해인사 일주문 사천왕상으로
입 앙다물고 파수를 선다 해도

그 갑옷이 얼마나 허술한 누더긴지
쫄맹이 몇몇의 눈총과 혀칼 맞으니
위협의 칼날은 산산이 부서지고 갑옷 숭숭 뚫리고
뚫린 구멍마다 찬바람 아리게 살 파고든다

‘진순 씨!’ 정겨운 그 한마디
헤지고 뚫린 가슴을 메워주니
‘선생님’이 아니고 ‘국어’가 아니고 ‘진순이’도 아닌
‘진순샘’ ‘진순 씨!’ 불러주는 너희들이 참 좋다

교사 권위가 땅바닥에 떨어져 볼썽사납고 씁쓸한 학교 현실에서 여간 든든하고 따뜻한 마음 아니다. 사제지간 정이 솔직하게 묻어나는 현실적인 시여서 별다른 설명 없이도 읽기에 즐겁고 훈훈하다. 본란 ‘시가 있는 아침’을 날마다 오려 노트에 붙여가며 시 공부 열심히 하는 모습 참 좋아 보였는데 마침내 시인이 되셨군요. 오십 고갯마루면 아직 창창한 나이. 이리 정 넘치는 참 스승과 큰 시인의 길 당당하게 걸으소서.

<이경철·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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