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갑영 총장은 ‘최상의 선은 물과 같다’는 상선약수(上善若水)의 마음을 이 시에서 읽는다. [장진영 기자]
우리가 물이 되어 만난다면
가문 어느 집에선들 좋아하지 않으랴
우리가 키 큰 나무와 함께 서서
우르르 우르르 비 오는 소리로 흐른다면
(중략)
그러나 지금 우리는
불로 만나려 한다.
벌써 숯이 된 뼈 하나가
세상에 불타는 것들을 쓰다듬고 있나니
(중략)
푸시시 푸시시 불 꺼지는 소리로 말하면서
올 때는 인적 그친
넓고 깨끗한 하늘로 오라
- 강은교(1945~ ) '우리가 물이 되어'
세상이 갈수록 각박해지고 갈등과 다툼이 많아지는 것은, 우리의 마음이 물이 되지 못하고 ‘불’로 달아올라 있기 때문이다. ‘불’로 부딪히는 세상은 모두 타버리고, ‘숯이 된 뼈’만 남지 않겠는가. 이 시에는 불로 황폐화된 세상에 물로써 희망의 생명을 불어넣어 ‘넓고 깨끗한 하늘’ 같은 세상으로 변화시키고자 하는 소망이 담겨 있다.
정갑영 연세대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