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헌 변호사는 문학청년이었던 마음을 여일하게 지니고 지금도 시인의 눈으로 세상을 본다. [최효정 기자]
하늘이 못 주신
사람 하나를
하늘 눈 감기고 탐낸 죄
사랑은 이 천벌
- 김남조(1927~) ‘사랑초서’ 중에서
대학 때 습작 수준의 시를 좀 썼다가 시인 신석정 선생의 ‘연말 시단 회고’에서 칭찬을 받고 ‘가능성의 착각(?)’을 한 적이 있었다. 그 후 신문·잡지에 더러 시를 발표하고, 시화전도 열었다. 시집을 내고 출판기념회도 했다. 이런저런 문인단체에 이름을 올렸는가 하면, 행사나 모임에서 문인들과 어울리기도 했다. 문인들의 변호도 하고 저작권 문제 등에 법률상담도 해주었다.
그러다 보니 ‘문학은 잘 모르면서 문인들은 많이 아는’ 사람이 되었다. 누군가 나를 두고 “변호사이면서 문인이신…” 운운의 소개를 하면 즉각 입으로 ‘댓글’을 단다. “예, 저는 무인(武人)이 아니라는 의미에서 문인(文人)입니다.”
시인 김남조 선생은 일찍부터 나의 시작(詩作)에 관심을 보여 주셨다. 나는 그분의 시에 구도자의 사랑이 배접(褙接)되어 있는 것이 좋았다. 내가 험난한 팔자로 옥고를 치르고 실업자 신세가 되었을 때도 그분은 남다른 정으로 나를 격려해 주셨다. 그리고 나에게 시를 계속 쓰기를 권했다. 한두 번의 덕담이 아니었다. 시집 『사랑초서』(1974)에 이어 『동행』(1980)을 보내주실 적에도 자필 서명 외에 ‘다시 시를 쓰라’는 문구를 잊지 않았다. 그런데도 나는 그 고마운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채 살아왔다.
글=한승헌 변호사
사진=최효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