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인순이는 남다른 인생 역경을 바람을 거스르지 않는 순리의 힘으로 이겨냈다. [최효정 기자]
나이 든 나무는
바람에 너무 많이 흔들려보아서
덜 흔들린다
- 장태평(1949~) ‘나이 든 나무’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께서 쓰신 시입니다. 아주 우연한 기회에 이 분의 시집 『강물은 바람따라 길을 바꾸지 않는다』를 얻게 되었습니다. 잠언 같은 짧고 쉽고 간결한 시어가 좋았습니다.
죽 읽어가다 보니까 이 시가 콕 제 맘에 와서 닿았습니다. 글쎄요, 너무 많이 흔들려서, 지금은 그 어떤 바람에도 조금은 덜 흔들린다는 얘기겠지요.
사는 건 마치 바람을 맞는 것과 같아요. 바람은 늘 나를 향해 불지만 곧 내 뒤로 사라지거든요. 사연도, 세월도, 아픔도 다 그렇게 사라져요. 새로운 바람을 맞아야 하는데 지나간 바람을 붙잡을 시간이 어디 있나요.
남들과 다르게 태어나 남들 앞에 서는 게 두려웠던 소녀는 노래를 하며 그 아픔을 잊을 수 있었어요. 가수가 돼 팬들의 애정을 듬뿍 받으며 우뚝 설 수 있었죠. 거기까지 쓰러지지 않고 버틸 수 있었던 건 어린 시절부터 엄청나게 불어온 바람을 거스르지 않고 보내버린 덕이죠. 이제는 어떤 바람이 불어와도 전처럼 그렇게 죽을 만큼 흔들리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시를 좋아하게 됐습니다.
인순이 가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