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선 세월호 실종자 무사생환 발원문 / 최주식
사방을 두루 관찰하시는 부처님!
믿기지 않은 참담한 일이 발생하였습니다. 진도 앞바다에서 세월호가 침몰한지 4일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사고 소식이 들릴 때만해도 모두 구조될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많은 학생과 승객이 사망하고 여객선 안에는 차마 믿기 어렵게도 300명 가까운 꽃봉오리 같은 우리 아들 딸들이 갇혀 있습니다. 불자들의 발원이 가슴에 닿아 누군가는 단 한명이라도 기적처럼 살아오기를 간절히 기원하지만 아직까지도 뼈 속을 파고드는 추운 바닷물에 잠겨 대답은 들리지 않고 있습니다.
삼계가 모두 고통속에 있으니 내 마땅히 이를 편안하게 하리라 하신 부처님!
뜬 눈으로 밤을 새우는 유가족들과 함께 불자들은 결코 희망을 내려 놓지 않겠습니다. 희망이 환상이 되지 않도록 간절히 기도하겠습니다. 배가 기울어지는 끔찍한 상황에서도 우리 아들 딸들은 항상 따스하게 보살펴 주시고 염려해 주시는 부모님에게 사랑합니다 라는 문자를 보내고 위로를 하였습니다. 이러한 우리의 아들 딸을 지켜주지도 못하고, 구해 주지도 못한 우리는 죄인입니다. 이 땅의 어른이라는 것이 참으로 욕되고 부끄럽습니다. 부처님, 어서 빨리 지혜의 배를 타고 오셔서 칠흑 같은 어둠 속, 배 안에 갇힌 우리 아들 딸에게 자비광명을 베풀어 주시옵소서.
거룩하신 부처님!
불자들은 참회의 눈물, 기도의 눈물을 올립니다. 무사히 생환하신 이들은 부처님의 가피로 하루속히 쾌유하게 하시옵고, 공포에 질린 학생들에게 구명조끼를 입혀주며, <선원은 맨 마지막이야>라며 아이들을 구하고 끝내 세상을 떠난 젊은 승무원 박지영님을 비롯한 희생자들은 부처님의 품안에서 늘 푸른 나무처럼 영원한 생명으로 극락왕생하게 하여 주시옵소서.
자비광명의 부처님!
아직도 생사가 확인되지 않은 어린 학생들을 깨워주소서.
잠들지 마라, 잠들지 마라, 친구들과 손 꼭 잡고 있어라 깨워주소서.
살아야 한다, 살아야 한다, 꼭 살아서 부모님 곁으로 가야 한다, 깨워주소서.
촛불이 몸을 태워 빛을 내듯이, 향이 몸을 사루어 향기를 내듯이 부디 무사생환하게 하여 주시옵소서,
나무 석가모니불
나무 석가모니불
나무 시아본사 석가모니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