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와 영시를 다 사랑하는 박정찬 교수는 이 시도 영어에서 직접 번역했다. [최효정 기자]
우리는 앞을 보고 또 뒤를 본다.
그리고 찾는 것은 이 세상에 없는 것.
우리의 가장 진지한 웃음 속에는
약간의 고통이 배어있고
우리의 가장 달콤한 노래는 가장 슬픈 생각을 얘기하는 것.
- 퍼시 비시 셸리(1792~1822)의 ‘종달새에게’ 중에서
영국의 낭만파 시인 퍼시 비시 셸리의 이 시구와 조우한 것은 대학 1학년 때였다. 어려운 가정형편 등으로 영문학도의 꿈을 접고 유학도 포기한 채 이따금 시집을 뒤적거리던 시절이었다.
이후 사는 게 힘들 때, ‘인생이 다 그렇지’라며 스스로를 달랠 때 이 구절을 떠올린다. 가장 감미로운 노래에 가장 슬픈 사연이 깃들어 있고, 크게 웃었을 때 오히려 공허하다니 얼마나 절묘한 통찰인가. 인생이 그렇다.
특히 이 구절이 필자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동서고금(東西古今)을 막론하고 어쩌면 인생살이를 보는 관찰이 그렇게 똑같은가 하는 데도 있었다. 셸리는 풍요로운 귀족 집안에서 태어나 이튼 스쿨과 옥스퍼드를 나온 당대 최고의 지성. 그러나 여러 번의 결혼과 타향살이 그리고 30살의 때이른 죽음까지, 그의 실제 인생은 그의 배경과 너무나 대조적이었다.
이상주의자였던 셸리는 모든 찬사를 동원해 하늘을 종횡무진 날아다니는 종달새를 격정적으로 칭송했다. 대조적으로 땅 위에서 거친 삶을 영위하는 인간 군상에 대한 연민과 번뇌도 오롯이 시에 드러나 있다. “시는 자연스러운 감정의 범람”이라는 그의 시론(詩論)과 닿아 있다.
셸리는 이 시를 쓴 지 2년도 못 돼 결국 이탈리아 앞바다의 거친 풍랑 속에 영원히 몸을 맡겼다. 시에서 그려진 대로 목을 빼고 이 세상에 없는 것만 동경하는 씁쓸한 우리의 모습. 하지만 그 모습을 받아들이며 사는 것이 그를 추모하는 태도가 아닐까.
이 시의 느낌은 학창 시절보다 나이를 먹을수록, 세월이 흐를수록 더 절실하게 다가온다. 지금도 어려운 일에 직면할 때 이 시를 생각하며 스스로를 달랜다.
박정찬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전 연합뉴스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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