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詩 낭송/낭송하기 좋은 시

즐거운 편지/황동규

시인 최주식 2017. 6. 25. 23:42


즐거운 편지 / 황동규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 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 보리라


진실로 진실로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내 나의 사랑을 한없이 잇닿은 기다림으로 바꾸어 버린 데 있다.

밤이 들자 골짜기엔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

내 나의 사랑도 어딘가에서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

다만 그때 내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뿐이다.

그 동안에 눈이 그치고 꽃이 피어나고 낙엽이 떨어지고

또 눈이 퍼붓고 할 것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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