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를 마시는 시간 / 문정희
우리가 한 잔의 차를 마시는 시간은
마음의 빈 터를 찾아 나서는 시간
그 빈 터에 앉아
따스한 온도로 우러난
쌉쌀한 추억을 마시는 시간이네
옛날엔 몰랐었네
찻잔 속에 어리는 뿌우연 안개
가벼워서 자칫 날아갈 듯한
어쩐지 너무 싱거운 이 슴슴한 빛깔을.....
가령 우리들의 사랑은
입술을 태울 듯이 타오르는 불이거나
몇 억 광년을 비추는 별인 줄만 알았었네
그러나 오늘 한 잔의 차 속에 떠오르는 사랑은
아무리 생각해도 쓸쓸한 한줄기 향기네
우리가 한잔의 차를 마시는 시간은
조용히 슬픔을 씻어내리는 시간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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