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詩 낭송/낭송하기 좋은 시

민들레의 절반은 바람이다 / 김민자

시인 최주식 2018. 6. 7. 10:53

민들레의 절반은 바람이다 / 김민자

 

쇠똥 떨어진 길섶 보리밭 두렁

민들레 속씨 하나

낙하산을 반쯤 펼치고 있다

 

잡초 속에 홀로 꿋꿋한

샛노란 민들레 깃발

 

어느 맑고 빛나는 봄날

어미 꽃과 작별을 하고

민들레 갓털이 바람 타고 날아간다

 

민들레의 절반은 바람이다

 

형체 없는 바람의 아비가 그들을 선별해

예측할 수 없는 곳에 데려다 놓고

무심히 가버렸다

 

민들레의 일생처럼

우리네 생도 지나가는 바람이 아닌가

어디선가 또 바람 한 점이 불어온다

 

내가 잠깐 조는 사이

내 생이 반쯤 날아가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