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론(詩評論)

YTN, 서정문학 남산문학대회 심사평(총평)/최주식

시인 최주식 2019. 5. 23. 16:38

2019 YTN, 서정문학 남산문학대회

백일장 심사평(총평)

 

최주식 / 시 부문 심사위원장

(시인, 문학평론가)

 

문학은 현실 사회를 벗어나 깊은 산골에 저 혼자 핀 꽃이 아니라 공적 영역에 당당히 모습을 드러낸 꽃이어야 한다. 문학은 촉수 높은 안테나를 인간의 삶 구석구석에 펼쳐 메말라가는 인간성을 윤택하게 하여야 한다. 따라서 남산문학대회는 골방에, 지하에, 스스로의 감옥에 빠진 문학이 밖으로 나와 인간 정화의 대열에 합류하기를 바라는 공적 염원이 담겨 있다.

 

남산문학대회는 시화전, 시낭송, 백일장으로 구성되었다. 운문, 산문 부문의 백일장에는 전국 초,중,고, 대학생은 물론 일반인까지 참여하였다. 백일장 시제는 인간과 자연에 대한 소중함을 새로운 시선으로 공유하고자 무늬, 숨, 산, 지구 온난화로 정하였다. 시제를 받은 백일장 참가자들은 봄날의 꽃그늘 아래에서, 카페에서, 팔각정 계단에서 그리고 남산타워 주변 곳곳에서 창작 활동을 하였다.

 

비록 심사라는 명분일지라도 발표된 작품에 순위를 정하는 것은 참으로 두려운 일이었다. 문학에서 지적 인식과 논리적 구조가 중요하다 하더라도 서정성, 진정성, 순수성보다 우선 할 수 없음을 각성하며 온갖 자료가 넘쳐나는 인터넷 정보 홍수시대에 추상적이고 공상적인 작품보다는 정직한 작품을 좀 더 눈여겨 보았다.

 

가정의 달 오월에 실시한 백일장 때문인지 모든 연령을 초월해 공통적으로 떠올린 낱말 중에 가족에 관한 것이 많았다. 대부분 체험을 바탕으로 할아버지, 외할머니, 아버지, 아빠, 어머니, 엄마, 남편, 아내, 친정엄마, 형제자매, 누나, 동생, 딸, 아기, 아이 등 가족간의 스토리가 담겨 있었으나 습작 과정은 좀 더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먼저 동심이라는 안경을 쓰고 천진무구한 마음으로 초중등부 작품을 감상했다. 은근히 훈기가 느껴지는 산 이야기나 문득 평온해지는 나만의 무늬, 지구를 아프게 해서는 안된다는 글에 담긴 맑고 깨끗한 이미지를 주목했다. 초중등부 학생들은 낙엽, 엄마, 가을, 편지, 하늘, 빨간 우체통 등의 아름다운 낱말을 사용함으로써 초롱초롱한 시심을 보여주었다.

 

역시 생각대로 고등부는 초중등부에 비해서 문학적 자아 발상이 높았다. 체험 학습을 통해 느낀 자연의 위대함, 아빠만이 간직한 배려의 무늬에서 펄펄 살아 숨쉬는 혈기를 보여 주었다. 고등부 학생들은 내적 자아를 꿈꾸는 공원, 대학, 영화, 친구, 바람, 별, 부적, 아버지 등 현실적이면서도 환상적인 낱말을 서정적인 단어로 기억해 냈다.

 

대학 일반부의 작품은 충만한 언어의 세계를 보여 주었으나 반면에 문학에 대한 논리나 현실을 첨예한 감각으로 인지하지 못한 아쉬움도 있었다. 휴식과 평화에 대한 갈망이 깃든 숨소리, 비참과 남루로서의 진실, 그리고 무늬에 빛깔을 입히는 인간의 내면에 대한 자각 의식을 주의 깊게 살폈다. 대학일반부 참가자들은 오색빛 이상이 아닌 호흡, 고시원, 아르바이트, 명함, 행복, 희망, 사랑, 후회, 유언 등의 낱말로서 복잡하게 꼬여 있는 삶의 급소를 찾아가고 있었다.

 

시화 작품의 경우에는 등단 작가들이 다수 참여하고 주제를 "자연"에 관한 것으로 공지한 까닭인 지 자연을 통해 세속 사회와 도시 문명에 편안함과 생기를 불어 넣어주는 작품이 많았다. 여러 작품 곳곳에 들어 있는 자연친화적인 물아일체(物我一體)의 서정은 감탄을 자아냈다. 한정된 시간과 공간에서 이루어낸 참가자들의 열매에 박수를 보내며, 계속해서 밝고 맑은 눈으로 이 사회를 관조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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