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의 그 집 / 박경리 옛날의 그 집 / 박경리 비자루병에 걸린 대추나무 수십 그루가 어느 날 일시에 죽어자빠진 그 집 십오 년을 살았다 빈 창고같이 휑뎅그렁한 큰 집에 밤이 오면 소쩍새와 쑥쑥새와 울었고 연못의 맹꽁이는 목이 터져라 소리 지르던 이른 봄 그 집에서 나는 혼자 살았다 다행이 뜰은 넓어서 배추 심고 고.. ♣ 詩 낭송/낭송하기 좋은 시 2010.03.26
목마와 숙녀 / 박인환 목마와 숙녀 / 박인환 한 잔의 술을 마시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生涯)와 목마(木馬)를 타고 떠난 숙녀(淑女)의 옷자락을 이야기한다. 목마는 주인을 버리고 거저 방울 소리만 울리며 가을 속으로 떠났다. 술병에서 별이 떨어진다. 상심(傷心)한 별은 내 가슴에 가벼웁게 부숴진다... ♣ 詩 낭송/낭송하기 좋은 시 2010.03.26
기다린다는 것에 대하여 / 정일근 기다린다는 것에 대하여 정일근 먼 바다로 나가 하루 종일 고래를 기다려본 사람은 안다 사람의 사랑이 한 마리 고래라는 것을 망망대해에서 검은 일 획 그으며 반짝 나타났다 빠르게 사라지는 고래는 첫사랑처럼 환호하며 찾아왔다 이뤄지지 못할 사랑처럼 아프게 사라진다 생의 엔진을 모두 끄고 흔.. ♣ 詩 낭송/낭송하기 좋은 시 2010.03.26
사평역에서 / 곽재구 사평역에서 / 곽 재 구 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대합실 밖에는 밤새 송이 눈이 쌓이고 흰 보라 수수꽃 눈 시린 유리창마다 톱밥 난로가 지펴지고 있었다 그믐처럼 몇은 졸고 몇은 감기에 쿨럭이고 그리웠던 순간들을 생각하며 나는 한 줌의 톱밥을 불빛 속에 던져 주었다 내면 깊숙이 할말들은 가득.. ♣ 詩 낭송/낭송하기 좋은 시 2010.03.25
별까지는 가야한다 / 이기철 별까지는 가야한다 / 이기철 우리 삶이 먼 여정 일지라도 걷고 걸어 마침내 하늘까지는 가야한다. 닳은 신발끝에 노래를 달고 걷고 걸어 마침내 별까지는 가야 한다. 우리가 깃들인 마을엔 잎새들 푸르고 꽃은 칭찬하지 않아도 향기로 핀다. 숲과 나무에 깃든 삶들은 아무리 노래해도 목 쉬지 않는다. .. ♣ 詩 낭송/낭송하기 좋은 시 2010.03.25
별 헤는 밤 / 윤동주 별 헤는 밤 윤동주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헬 듯합니다. 가슴 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닯입니다. .. ♣ 詩 낭송/낭송하기 좋은 시 2010.03.25
뻐꾹채 / 김승기 뻐꾹채 / 김승기 아가야 남의 둥지에 탁란했어도 배 아파 낳은 너는 내 자식 뻐어꾹 뻐꾹 이 에미의 목소리 잊지 말거라 언제나 멀찍이서 널 지켜보며 다정한 목소리 들려줄 테니 에미 얼굴 보이지 않는다고 외로움으로 속 태우지 말거라 네가 얼른 자라 날개를 펼쳐야 얼굴이라도 한 번 볼 수 있을까 .. ♣ 詩 낭송/낭송하기 좋은 시 2010.03.25
아름다운 사람 / 이성선 아름다운 사람 / 이성선 바라보면 지상에는 나무처럼 아름다운 사람은 없다. 늘 하늘빛에 젖어서 허공에 팔을 들고 촛불인 듯 지상을 밝혀준다 땅속 깊이 발을 묻고 하늘 구석을 쓸고 있다 머리엔 바람을 이고 별을 이고 악기가 되어 온다 내가 저 나무를 바라보듯 나무도 나를 바라보고 아름다워할까 .. ♣ 詩 낭송/낭송하기 좋은 시 2010.03.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