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 간다 / 김명인 봄날 간다 겨울을 나면서 어느새 봄 햇볕이 따스해 그대와 나는 거기 언덕 위로 봄소풍 갔드랬습니다, 겨우내 竹친 생활이 하 비장해서 막막하기로야 나무들도 어디 뒷골목쯤에 차린망명정부 같았습니다만 저 딱딱한 각질속에 이렇게 부드러운 새 살을 감추고 있었다니! 일찍 온 해방은 여기저기 서.. ♣ 詩그리고詩/한국명시 2009.01.23
그리움 죽이기 그리움 죽이기 / 안도현 칼을 간다. 더 이상 미련은 없으리 예리하게 더욱 예리하게 이제 그만 놓아주마 이제 그만 놓여나련다. 칼이 빛난다. 우리 그림자조차 무심하자 차갑게 소름보다 차갑게 밤마다 절망해도 아침마다 되살아나는 희망 단호하게 한치의 오차 없이 내. 려. 친. 다. 아뿔사 그리움이란.. ♣ 詩그리고詩/한국명시 2009.01.18
돌아보면 인생은 겨우 한나절 돌아보면 인생은 겨우 한나절 이외수 어릴 때부터 누군가를 막연하게 기다렸어요. 서산머리 지는 해 바라보면 까닭없이 가슴만 미어졌어요. 돌아보면 인생은 겨우 한나절... 아침에 복사꽃 눈부시던 사랑도 저녁에 놀빛으로 저물어 간다고 어릴 때부터 예감이 먼저 와서 가르쳐 주었어요. 이제야 마음.. ♣ 詩그리고詩/한국명시 2009.01.18
봄비 / 고정희 봄비 / 고정희 가슴 밑으로 흘러보낸 눈물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모습은 이뻐라 순하고 따스한 황토 벌판에 봄비 내리는 모습은 이뻐라 언 강물 풀리는 소리를 내며 버드나무 가지에 물안개를 만들고 보리밭 잎사귀에 입맞춤하면서 산천초목 호명하는 봄비는 이뻐라 거친 마음 적시는 봄비는 이뻐라 .. ♣ 詩그리고詩/한국명시 2009.01.18
사랑하는 별 하나 / 이성선 사랑하는 별 하나 나도 별과 같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외로워 쳐다보면 눈 마주쳐 마음 비쳐 주는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나도 꽃이 될 수 있을까. 세상일이 괴로워 쓸쓸히 밖으로 나서는 날에 가슴에 화안히 안기어 눈물짓듯 웃어 주는 하얀 들꽃이 될 수 있을까. 가슴에 사랑하는 별 하나를 갖고.. ♣ 詩그리고詩/한국명시 2009.01.18
하 늘 - 박 노 해 하 늘 - 박 노 해 우리 세 식구의 밥줄을 쥐고 있는 사장님은 나의 하늘이다 프레스에 찍힌 손을 부여안고 병원으로 갔을 때 손을 붙일 수도 병신을 만들 수도 있는 의사 선생님은 나의 하늘이다 두달 째 임금이 막히고 노조를 결성하다 경찰서에 끌려가 세상에 죄 한번 짓지 않은 우리를 감옥소에 집어.. ♣ 詩그리고詩/한국명시 2009.01.18
향수 / 정지용 향수 정지용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뷔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졸음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벼개를 돋아 고이시는 곳, ―그곳.. ♣ 詩그리고詩/한국명시 2009.0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