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00편/ 모란이 피기까지는 - 김영랑 [애송시 100편 - 제 100편] 모란이 피기까지는 김영랑 문태준·시인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둘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 ♣ 詩그리고詩/100詩人 100詩 2009.07.13
제 99편/ 저문 강에 삽을 씻고 - 정희성 [애송시 100편 - 제 99편] 저문 강에 삽을 씻고 정 희 성 정끝별·시인 흐르는 것이 물뿐이랴 우리가 저와 같아서 강변에 나가 삽을 씻으며 거기 슬픔도 퍼다 버린다 일이 끝나 저물어 스스로 깊어가는 강을 보며 쭈그려 앉아 담배나 피우고 나는 돌아갈 뿐이다 삽자루에 맡긴 한 생애가 이.. ♣ 詩그리고詩/100詩人 100詩 2009.07.13
제 98편/ 오산 인터체인지 - 조병화 [애송시 100편 - 제 98편] 오산 인터체인지 조병화 문태준·시인 자, 그럼 하는 손을 짙은 안개가 잡는다 넌 남으로 천 리 난 동으로 사십 리 산을 넘는 저수지 마을 삭지 않는 시간, 삭은 산천을 돈다 등(燈)은, 덴막의 여인처럼 푸른 눈 긴 다리 안개 속에 초초히 떨어져 서 있고 허허들판 작.. ♣ 詩그리고詩/100詩人 100詩 2009.07.13
제 97편/ 맨발 - 문태준 [애송시 - 제 97편] 맨발 문태준 정끝별·시인 어물전 개조개 한마리가 움막 같은 몸 바깥으로 맨발을 내밀어 보이고 있다 죽은 부처가 슬피 우는 제자를 위해 관 밖으로 잠깐 발을 내밀어 보이듯이 맨발을 내밀어 보이고 있다 펄과 물속에 오래 담겨 있어 부르튼 맨발 내가 조문하듯 그 맨.. ♣ 詩그리고詩/100詩人 100詩 2009.07.13
제 96편/ 비망록 - 김경미 [애송시 100편 - 제 96편] 비망록 김경미 문태준·시인 햇빛에 지친 해바라기가 가는 목을 담장에 기대고 잠시 쉴 즈음. 깨어보니 스물네 살이었다. 신(神)은, 꼭꼭 머리카락까지 졸이며 숨어있어도 끝내 찾아주려 노력하지 않는 거만한 술래여서 늘 재미가 덜했고 타인은 고스란히 이유 없.. ♣ 詩그리고詩/100詩人 100詩 2009.07.13
제 95편/ 인파이터 - 코끼리군의 엽서 - 이장욱 [애송시 100편 - 제 95편] 인파이터 - 코끼리군의 엽서 이장욱 정끝별·시인 저기 저, 안전해진 자들의 표정을 봐. 하지만 머나먼 구름들이 선전포고를 해온다면 나는 벙어리처럼 끝내 싸우지. 김득구의 14회전, 그의 마지막 스텝을 기억하는지. 사랑이 없으면 리얼리즘도 없어요 내 눈앞에 .. ♣ 詩그리고詩/100詩人 100詩 2009.07.13
제 94편/ 가지가 담을 넘을 때 - 정끝별 [애송시 100편 - 제 94편] 가지가 담을 넘을 때 정 끝 별 문태준·시인 이를테면 수양의 늘어진 가지가 담을 넘을 때 그건 수양 가지만의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얼굴 한번 못 마주친 애먼 뿌리와 잠시 살 붙였다 적막히 손을 터는 꽃과 잎이 혼연일체 믿어주지 않았다면 가지 혼자서는 한없이.. ♣ 詩그리고詩/100詩人 100詩 2009.07.13
제 93편/ 감나무 - 이재무 [애송시 100편 - 제 93편] 감나무/이재무 감나무 저도 소식이 궁금한 것이다 그러기에 사립 쪽으로는 가지도 더 뻗고 가을이면 그렁그렁 매달아놓은 붉은 눈물 바람결에 슬쩍 흔들려도 보는 것이다 저를 이곳에 뿌리박게 해놓고 주인은 삼십년을 살다가 도망 기차를 탄 것이 그새 십오년인.. ♣ 詩그리고詩/100詩人 100詩 2009.07.13
제 92편/ 참깨를 털면서 - 김준태 [애송시 100편 - 제 92편] 참깨를 털면서 김준태 문태준·시인 산그늘 내린 밭 귀퉁이에서 할머니와 참깨를 턴다. 보아하니 할머니는 슬슬 막대기질을 하지만 어두워지기 전에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젊은 나는 한번을 내리치는 데도 힘을 더한다. 세상사에는 흔히 맛보기가 어려운 쾌감이 .. ♣ 詩그리고詩/100詩人 100詩 2009.07.13
제 91편/ 거짓말을 타전하다 - 안현미 [애송시 100편 - 제 91편] 거짓말을 타전하다 안현미 정끝별·시인 여상을 졸업하고 더듬이가 긴 곤충들과 아현동 산동네에서 살았다 고아는 아니었지만 고아 같았다 사무원으로 산다는 건 한 달치의 방과 한 달치의 쌀이었다 그렇게 꽃다운 청춘을 팔면서 살았다 꽃다운 청춘을 팔면서도 .. ♣ 詩그리고詩/100詩人 100詩 2009.07.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