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변의 교회 / 우대식 해변의 교회 / 우대식 바다가 보이는 해변의 교회 하얀 담벼락에 누군가 크게 그려놓았다 →♥ '사랑한다 그래서 나는 너를 뚫는다' 교회 나무 벤치에 앉아 오래 울었다 새 한 마리 등을 두드리다 날아갔다 시와상상 <2007. 겨울호> 우대식 시인 1965년 원주 출생 1999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 ♣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2010.01.28
이팝꽃 / 이민화 이팝꽃 / 이민화 별을 칭칭 감고 있던 거미줄이 어둠의 나사를 풀기 시작하면 한 쪽 다리를 저는 할머니의 싱거운 미소가 이팝나무에 번져나요 하얀 국숫발 같은 머리카락을 그녀의 주름진 귀 뒤로 싹싹 빗어 넘기는 봄바람이 이팝나무의 꽃눈을 펑펑 터트려요 최고 시설을 발휘한다는 풍광 좋은 양로.. ♣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2010.01.28
흰자두꽃 / 문태준 흰자두꽃 / 문태준 손아귀에 힘이 차서 그 기운을 하얀꽃으로 풀어놓은 자두나무 아래 못을 벗어나 서늘한 못을 되돌아보는 이름모를 새의 가는 목처럼 몸을 벗어나 관으로 들어가는 몸을 들여다보는 식은 영혼처럼 자두나무의 하얀 자두꽃을 처량하게 바라보는 그 서글픈 나무 아래 곧 가고 없어 머.. ♣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2010.01.28
바람세탁소 / 최정진 바람세탁소 / 최정진 수면의 바람이 강변의 벚나무에게 옮겨간다 나무에 장이 서는지, 잎들이 소란스럽다 새벽의 퉁퉁 부은 눈꺼풀 속에 지난밤의 꿈을 담아왔다 천막을 팽팽하게 끌어당기면 물건을 팔거나 사러 온 사람들은 장에 가기 전에 읍내 하나뿐인 세탁소부터 들렀다 두고 간 옷가지에 묻어있.. ♣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2010.01.28
똥 / 이경림 똥 / 이경림 시어머니는 후반기 생의 반을 금쪽같은 아들을 도둑질해간 도척같은 나를 미워하는 힘으로 살다 가셨다 그 때는 나도 그 노파를 미워하는 힘으로 사는 것 같았다 내 딴엔 아무리 사랑하려 해도 그녀가 받아들이지 않으므로 나도 그럴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누군가를 미워하는 일은 변.. ♣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2010.01.28
구슬이 구슬을 외 5편 / 이향지 구슬이 구슬을 / 이향지 둥근 것은 둥근 것을 안지 못한다 유리구슬이 유리구슬을 밀어내었다 구슬이 구슬을 치면 구슬 탓이냐 구슬 탓이다 둥글둥글 맨질맨질 전신이 정점인 저 잘난 구슬 탓이다 민다고 쪼르르 달려와서 저와 똑 같은 것을 쳐서야 되겠느냐 치자고 밀었겠느냐 둥글둥글 어울려서 놀.. ♣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2010.01.28
빗소리 외 / 안도현 빗소리 / 안도현 저녁 먹기 직전인데 마당이 왁자지껄하다 문 열어보니 빗줄기가 백만대군을 이끌고 와서 진을 치고 있다 둥근 투구를 쓴 군사들의 발소리가 마치 빗소리 같다 부엌에서 밥 끓는 냄새가 툇마루로 기어올라온다 왜 빗소리는 와서 저녁을 이리도 걸게 한상 차렸는가 나는 빗소리가 섭섭.. ♣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2010.01.28
등 / 서안나 등 / 서안나 등이 가려울 때가 있다 시원하게 긁고 싶지만 손이 닿지 않는 곳 그곳은 내 몸에서 가장 반대편에 있는 곳 신은 내 몸에 내가 결코 닿을 수 없는 곳을 만드셨다 삶은 종종 그런 것이다, 지척에 두고서도 닿지 못한다 나의 처음과 끝을 한눈으로 보지 못한다 앞모습만 볼 수 있는 두 개의 어.. ♣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2010.01.28
국수를 말다 / 최정란 국수를 말다 / 최정란 택배로 관棺 하나가 배달되었다. 삼 킬로그램의 진혼곡을 개봉한다. 잘 건조된 미라들, 종이 수의 안에 빼곡이 몸을 눕히고 있다. 손에 집히는 시신 몇 구 끓는 물 속에 던져 넣는다. 수장이다. 물에서 났으니 물로 돌아가라. 아득한 남해 바다 죽방렴의 기억이 은빛 지느러미를 꿈.. ♣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2010.01.28
멸치 / 이지담 멸치 / 이지담 냉장고에서 꺼낸 멸치를 다듬는다 온몸을 쥐락펴락했을 머리부터 떼어낸다 팔딱이는 바다를 휘저은 지느러미는 물결들에게 두고 왔는지 없구나 상어의 큰 입을 피해 다니며 배든 날렵함이 은빛으로 빛나고 있다 뱃속에는 별똥별을 삼켰던 탓인지 까만 씨앗들이 슬퍼하지 않을 만큼 맺.. ♣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2010.0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