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아침

곰곰’-안현미(1972~ )

시인 최주식 2009. 12. 6. 22:03

곰곰’-안현미(1972~ )

 

 

주름진 동굴에서 백 일 동안 마늘만 먹었다지

여자가 되겠다고?

백 일 동안 아린 마늘만 먹을 때

여자를 꿈꾸며 행복하기는 했니?

그런데 넌 여자로 태어나 마늘 아닌 걸

먹어본 적이 있기는 있니?


서정주 시인이 30년간 살며 문학인들 사랑방 노릇 했던 관악산 자락 집 이름이 봉산산방(蓬蒜山房). 호랑이와 곰도 먹으면 인간 되고 신선 된다는 쑥과 마늘의 토굴로 단군신화 떠올렸는데 이 시에도 곰 여자 나오네. 반만년 이어져 내려오고 있는 여성의 운명 생마늘처럼 아린 행복인가 불행인가? 최초의 여인에게 묻는 발칙한 어조 참 신선하네. 주름진 동굴 아린 마늘의 감각 참 섹시하고 얼얼하네. <이경철·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