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밥바라기별’ - 노향림(1942 ~ )
고만고만한 살붙이들과 함께 개울가에 살았네.
가난한 시절 마당가 개집 앞에
찌그러진 양푼 하나 덩그러니 놓여 있네.
오늘 그 속에 가득히 뜨는 별을 보네.
바람 한 점 없이 놀 꺼진 서녘 하늘
이팝꽃 핀 사이 불쑥 얼굴 내민 고봉밥별
그 흰 쌀밥 푸려고 깨금발을 내딛었다가 그만
돌부리에 넘어지고 말았네.
허공에서 거적 같은 어둠 한 잎 툭 지고
아직도 마른하늘에서 굴러 떨어지는 아픈 별 하나
그 별 받으려고 나는 두 손 높이 받쳐 들고 서 있네.
어머니가 차려 놓아준 하늘밥상에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른 흰 고봉 쌀밥 한 그릇.
어둠 차곡차곡 내리고 밥 짓는 연기 포르스름 오를 때 스러져가는 노을 속 고슬고슬 떠오르는 별. 하늘 동네 골목골목 쏘다니다 들어와 밥 달라는 개밥바라기별. 저녁놀같이 스러져가는 유년 시절 떠올리면 그것이 전설이요 신화. 찌그러진 양푼같이 배고파도 엄마 치맛자락 붙잡고 별과 개와 하늘과 한 가족으로 행복한 시절. 대대손손 지어지고 이어지는 우리네 이야기. <이경철·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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