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앞에서’-휘민(1974~)
이토록 질펀한 정사를 본 적이 없다
저 소리 없는 침묵의 교태
가장 뜨거운 곳은 공기와 맨살 부비는 겉불꽃이지만
몸이 나아갈 방향을 결정하는 건 속불꽃이다
무시로 흔들려도 불꽃은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활시위처럼 단단한 심지와 흐물흐물한 촛농
생(生)과 멸(滅)의 그 절묘한 리듬
질서와 무질서가 한 몸인 엔트로피다
‘촛불’ 하면 기도나 명상, 소신공양(燒身供養)의 자기희생 등 성(聖)스러움이 떠오르는데 이 시 참 성(性)스럽네요. ‘질펀한 정사’ ‘침묵의 교태’라니 발칙하네요. 하지만 함부로 끓어 넘치지 않고 촛불 응시하며 섹스, 열정, 삶에 대한 만만찮은 명상 구체적으로 형상화하고 있네요. <이경철·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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