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아침

하루’-박준영(1940~ )

시인 최주식 2009. 12. 3. 21:46

하루’-박준영(1940~ )

한 몸이었다가 서로 갈려 다른 몸이 된

시집 간 딸과 싸웠단다

서로 상처 받고

듣는 나도 아파온다

약수통 둘러메고 산길로 향한다

아이 밴 옥수수 일가가

수수하게 인사하고

짝을 진 노랑나비 훠어-훨

아는 체 손짓한다

하양 보라 알맞게 섞어 핀 도라지도

방긋거리고

이이잉 벌소리 바쁘고

새 노래 하늘에 맑다

이렇게 온 세상 하늘이

마음 하나 비우면

다 친구인 것을


세상살이 섭섭하다고요? 가족들도 서운하고요? 그럼 이 시처럼 배낭 하나 둘러메고 산길 들길 걸어보세요. 앞 배 불룩 아이 밴 엄마, 뒷등 달싹 동생 업은 누나 옥수수 가족 인사하네요. 나비며 도라지며 벌이며 제각각 예쁘게 사는 자연 가족들 방긋방긋 인사하네요. 꾸밈없이 천진스러운 이 시 읽다 보니 사람가족 자연가족 모두 한 가족이네요. 토라진 마음 자연스레 비워지네요. <이경철·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