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김지하(1941∼ )
절필(絶筆). 애월(涯月)
어화(漁火).
밤바다의 달,
나는 떠나야한다, 여기 머물면
끝이다. 끝을 넘어
저 먼 곳
가야한다. 가야한다.
애월.
밤바다의 달.
군사정권에 쫓기며 신새벽 뒷골목에 타는 목마름으로 ‘민주주의’라고 썼던 시인. 어느 날 인사동 뒷골목 주점에서 육필로 또박또박 써 내려간 이 시 보는 순간 전율했다. 한 자 한 자에 어른거리는 밤바다 낭떠러지에 걸린 달과 저 험한 밤바다 고기잡이 불빛. 이 끝에서 또 어디로 가란 말이냐며 주저앉지 않고 가야만 한다는 깨어있는 존재의 고독과 결단의 시그널. 경외스럽다, 문명사의 변혁을 예감하고 이끄는 혁명가 시인의 길.
<이경철·문학평론가>
'詩가 있는 아침' 카테고리의 다른 글
촛불 앞에서’-휘민(1974~) (0) | 2009.12.03 |
---|---|
하루’-박준영(1940~ ) (0) | 2009.12.03 |
세상에 돌 던지다’-윤정란(1952~) (0) | 2009.12.03 |
직녀에게’- 문병란(1935~ ) (0) | 2009.12.03 |
처서(處暑)’-홍사성(1951- ) (0) | 2009.12.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