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아침

달’-김지하(1941∼ )

시인 최주식 2009. 12. 3. 21:46

달’-김지하(1941∼ )

절필(絶筆). 애월(涯月)

어화(漁火).

밤바다의 달,

나는 떠나야한다, 여기 머물면

끝이다. 끝을 넘어

저 먼 곳

가야한다. 가야한다.

애월.



밤바다의 달.



군사정권에 쫓기며 신새벽 뒷골목에 타는 목마름으로 ‘민주주의’라고 썼던 시인. 어느 날 인사동 뒷골목 주점에서 육필로 또박또박 써 내려간 이 시 보는 순간 전율했다. 한 자 한 자에 어른거리는 밤바다 낭떠러지에 걸린 달과 저 험한 밤바다 고기잡이 불빛. 이 끝에서 또 어디로 가란 말이냐며 주저앉지 않고 가야만 한다는 깨어있는 존재의 고독과 결단의 시그널. 경외스럽다, 문명사의 변혁을 예감하고 이끄는 혁명가 시인의 길.

<이경철·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