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아침

강설(江雪)’-유종원(773~819)

시인 최주식 2010. 1. 1. 08:33

강설(江雪)’-유종원(773~819)

 

 

산마다 나는 새 자취 끊어지고

길마다 사람 발자국 사라졌는데

외로운 배 위 도롱이에 삿갓 쓴 늙은이

홀로 낚시질하는 추운 강 눈은 내리고……


한 해 마감하며 당나라 절구(絶句)로 꼽히는 이 시 올려놓습니다. 군더더기 다 지우면서도 끝내 저버릴 수 없는 인간 심사의 개결(介潔)한 멋 감상하시라고요. 눈마저 소리 없이 내리는 겨울 적막강산 풍광 눈에 잡히지요. 사람 길은 물론 새들 나는 길도 끊겼는데 아직 마음 길은 끊어지지 않았다고요? 낚싯대에 드리운 수심마저 놓고 눈 들어 먼 산 바라볼 홀연한 지경 언제 드느냐고요? 그건 별세계 신선이고 회한과 꿈이 있어 아쉽고 그립고 더욱 절절한 게 인간 세상 아니던가요. <이경철·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