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용산’-박기동(1917~ )
부용산 오리길 잔디만 푸르러 푸르러
솔밭 사이 사이로 회오리 바람 타고
간다는 말 한 마디 없이 너는 가고 말았구나.
피어나지 못한 채 병든 장미는 시들어지고
부용산 봉우리 하늘만 푸르러 푸르러.
그리움 강이 되어 내 가슴 맴돌아 흐르고
재를 넘는 석양은 저만치 홀로 섰네.
백합일시 그 향기롭던 너의 꿈은 간 데 없고
돌아서지 못한 채 나 외로이 예 서 있으니
부용산 저 멀리엔 하늘만 푸르러 푸르러…
송년 모임도 끝나가는 세밑이라 그럴까. 이 노랫소리 허전한 맘속 자꾸 맴돌고 있네. 중년의 고개 넘는 쉰 목소리로, 푸른 나이 꺾어지는 설익은 가락으로. 흐르는 세월, 머물 수 없이 흩어지는 흩어지는 젊은 날의 꿈과 그리움. 인적 끊긴 저 재 넘어 깊은 산속으로 들어가 파르티잔이나 되라 하네. <이경철·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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