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아침

세한(歲寒)의 저녁’ - 권갑하(1958 ~ )

시인 최주식 2009. 12. 27. 23:20

세한(歲寒)의 저녁’ - 권갑하(1958 ~ )

공원 벤치에 앉아 늦은 저녁을 끓이다

더 내릴 데 없다는 듯 찻잔 위로 내리는 눈

맨발의 비둘기 한 마리 쓰레기통을 파고든다.



돌아갈 곳을 잊은 사람은 아무도 없는지

눈꽃 피었다 지는 부치지 않은 편지 위로

등 굽은 소나무 말 없이 젖은 손을 뻗고 있다.



간절히 기댈 어깨 한 번 되어주지 못한

빈 역사(驛舍) 서성이는 파리한 눈송이들

추스른 가슴 한쪽이 자꾸 무너지고 있다.


아무리 추스르려 하지만 자꾸만 가슴 한쪽이 무너져 내리는 세모(歲暮)의 풍경. 너무 초라해서 따스함이 더욱 간절해지는 세한(歲寒)의 심사 대신해주고 있네요. 빈 역사 서성이는 파리한 눈송이들, 눈송이에 젖은 등 굽은 소나무들 한 해의 끄트머리 표 나지 않게 대신 울어주고 있네요. 아 이제 이걸로 끝인가, 춥고 외로워서 더욱 간절해지는 사람살이 따스한 정이여. <이경철·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