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아침

겨울 그리스도’-김남조(1927~ )

시인 최주식 2009. 12. 27. 23:19

겨울 그리스도’-김남조(1927~ )

오늘은

눈 덮인 산야를 거닐으시네

눈같이 흰옷 입으시고

눈보다 더욱 흰 맨발이시네

그 옛날 물 위를 걸으시던

강줄기도 얼어

유리와 수정의 빙판

바늘 꽂히는 냉기의 그 위를 거닐으시네

희디흰 맨발이시네

울고 싶어라

머리칼도 곤두서는

율연한 추위에

물과 바다의 깊은 곳으로부터

보혈을 섞어 빚은

새봄의 혈액을

한없이 한없이 자아올리시는

설일(雪日)의 주님


언제든 다시 태어나시고 어디서든 그 모습 드러내시는 분. 언제든 우리 위해 다시 죽으시어 또다시 부활하시는 분. 이 겨울 오늘은 눈보다 더욱 흰 맨발로 눈 덮인 산야 걸어오시나. 눈보다 더욱 흰 빛으로 오시나. 바늘 꽂히는 냉기의 얼음 강 걸으시며 그 선연한 보혈로 새봄 예비하고 계시는가. <이경철·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