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아침

두레반’-오탁번(1943~ )

시인 최주식 2010. 1. 6. 22:28

두레반’-오탁번(1943~ )

잣눈이 내린 겨울 아침, 쌀을 안치려고 부엌에 들어간 어머니는 불을 지피기 전에 꼭 부지깽이로 아궁이 이맛돌을 톡톡 때린다 그러면 다스운 아궁이 속에서 단잠을 잔 생쥐들이 쪼르르 달려 나와 살강 위로 달아난다

배고픈 까치들이 감나무 가지에 앉아 까치밥을 쪼아 먹는다 이빠진 종지들이 달그락대는 살강에서는 생쥐들이 주걱에 붙은 밥풀을 냠냠 먹는다 햅좁쌀 같은 햇살이 오종종히 비치는 조붓한 우리 집 아침 두레반



추위 매섭지만 이 시 보면 살아있는 것들 다 다스운 가슴 있다. 정초 새삼스러운 각오도 매사에 조심, 신중하며 이 시같이 삼라만상 환하게 어울려 사는 정 다잡는 것일 것. 무릎까지 푹푹 빠지는 눈에 쌓인 마을. 굴뚝에서 냠냠 피어오르는 아침밥 짓는 냄새. 그런 고향 둥그런 아침밥상에 햇살도 까치도 생쥐도 둘러앉아 내남없이 어우러지던 초심의 세상 조붓이 그리는 것일 것. <이경철·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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