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숲을 바라보며’
-오규원(1941~2007)
겨울 숲을 바라보며
완전히 벗어버린
이 스산한 그러나 느닷없이 죄를 얻어
우리를 아름답게 하는 겨울의
한 순간을 들판에서 만난다.
누구나 함부로 벗어버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더욱 누구나 함부로 완전히
벗어버릴 수 없는
이 처참한 선택을
겨울 숲을 바라보며, 벗어버린 나무들을 보며, 나는
이곳에서 인간이기 때문에
한 벌의 죄를 더 겹쳐 입고
겨울의 들판에 선 나는
종일 죄, 죄 하며 내리는
눈보라 속에 놓인다.
도시가 꽝꽝 얼어붙은 날 지하철이 나을 줄 알면서도 광역버스 탔다. 도시와 도시 사이 눈 하얗게 덮인 나무와 산과 들녘 보려. 따뜻한 버스 안에서 오들오들 떨고 있는 자연 감상하려. 스스로도 민망하고 미안하다. 죄인가, 자연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나온 도회의 알량한 삶이여. <이경철·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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