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아침

얼음 날개’-백무산(1955~ )

시인 최주식 2010. 1. 12. 22:23

얼음 날개’-백무산(1955~ )


눈에 젖은 좁은 산길 넘네

마른 솔잎 지고 언 땅 오도독 오도독 밟히는 길

길가 느릅나무 가지에 매달린 새 둥지 하나 보네

잎들 져버려 휑하니 드러난 다섯 개의 알들

오돌오돌 떨며 눈을 맞고 있네

어미는 돌아오지 않고

계절은 이미 지났는데

(중략)

눈발은 굵어지고 둥지 위에 쌓이네

그 보드라운 가슴 깃털 대신 흰 눈 덮여

눈의 체온으로 알을 부화하네

차가운 심장과 얼음 날개를 부화하네

얼음처럼 빛나는 날개를 달고

먼 겨울 하늘을 건너갈 것이네



추락할 줄 알면서도 태양 향해, 꿈과 희망과 자유 위해 높이높이 날다 떨어져 죽은 이카로스 밀랍 날개 떠오르네. ‘밤이지만 별빛이 가는 길, 가야만 할 길 밝혀주던 시대는 얼마나 행복했던가!’라고 전망 없는 시대 개탄한 루카치 말도 새삼 떠오르네. 얼어붙은 순백의 이 계절, 햇볕에 녹고야 말 무상의 얼음 날개 달고 다시금 시대를 건너는 변치 않는 순정이여! <이경철·문학평론가>

'詩가 있는 아침'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리움’ - 이용악(1914 ~ 1971)  (0) 2010.01.13
여백’ 조창환(1945 ~ )  (0) 2010.01.12
적소(謫所)’ - 신현정(1948∼2009)   (0) 2010.01.09
‘겨울 숲을 바라보며’  (0) 2010.01.08
소’ - 이종문(1955∼ )  (0) 2010.0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