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아침

그리움’ - 이용악(1914 ~ 1971)

시인 최주식 2010. 1. 13. 22:12

그리움’ - 이용악(1914 ~ 1971)

눈이 오는가 북쪽엔

함박눈 쏟아져 내리는가.



험한 벼랑을 굽이굽이 돌아간

백무선(白茂線) 철길 위에

느릿느릿 밤새어 달리는

화물차의 검은 지붕에



연달린 산과 산 사이

너를 남기고 온

작은 마을에도 복된 눈 내리는가.



잉크병 얼어드는 이러한 밤에

어쩌자고 잠을 깨어

그리운 곳 차마 그리운 곳



눈이 오는가 북쪽엔

함박눈 쏟아져 내리는가.



얼마 전 신문에서 본 한반도 위성사진. 남쪽만 눈 내린 줄 알았는데 북쪽은 더 새하얗게 눈 속에 빠져 있었다. 그 사진 한 장에 확 밀려오던 북방, 원향(原鄕)에 대한 그리움. 눈 쌓여 추접한 도회 비행기 타고 창공에 올라보니 북방 끝없는 설원처럼 펼쳐진 하얀 구름밭. 차마 잊힐 리 없는 높다랗고 새하얗던 내 마음속 그리움의 풍경. <이경철·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