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 - 이용악(1914 ~ 1971)
눈이 오는가 북쪽엔
함박눈 쏟아져 내리는가.
험한 벼랑을 굽이굽이 돌아간
백무선(白茂線) 철길 위에
느릿느릿 밤새어 달리는
화물차의 검은 지붕에
연달린 산과 산 사이
너를 남기고 온
작은 마을에도 복된 눈 내리는가.
잉크병 얼어드는 이러한 밤에
어쩌자고 잠을 깨어
그리운 곳 차마 그리운 곳
눈이 오는가 북쪽엔
함박눈 쏟아져 내리는가.
얼마 전 신문에서 본 한반도 위성사진. 남쪽만 눈 내린 줄 알았는데 북쪽은 더 새하얗게 눈 속에 빠져 있었다. 그 사진 한 장에 확 밀려오던 북방, 원향(原鄕)에 대한 그리움. 눈 쌓여 추접한 도회 비행기 타고 창공에 올라보니 북방 끝없는 설원처럼 펼쳐진 하얀 구름밭. 차마 잊힐 리 없는 높다랗고 새하얗던 내 마음속 그리움의 풍경. <이경철·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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