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어멍이라는 말은’-정일근(1958~ )
따뜻한 말이 식지 않고 춥고 세찬 바람을 건너가기 위해
제주에선 말에 짤랑짤랑 울리는 방울을 단다
가령 제주에서 어멍이라는 말이 그렇다
몇 발짝 가지 못하고 주저앉고 마는 어머니라는 말에
어멍이라는 말의 방울을 달면
돌담을 넘어, 올레를 달려, 바람을 건너
물속 아득히 물질하는 어머니에게까지 찾아간다
어멍······, 이승과 저승의 경계를 지나
ㅇ 이라는 바퀴 제 몸 때리듯 끝없이 굴리며
그리운 것을 찾아가는 순례자의 저 숨비소리 같은 것
‘어멍’뿐인가. ‘아방’, ‘할망’, ‘하르방’, ‘올레’, ‘오름’, ‘바당’뿐 아니라 애월(涯月)이라는 한자 지명마저도 동그랗고 예쁘다. ‘휘이 휘이’ 이승 저승 숨통 트는 해녀들의 숨비소리에도, 안팎 숭숭 뚫린 돌담을 부는 바람소리에도 동그라미 가득하다. 그래서인가. 제주는 지금 하얀 눈 속에서 꽃봉오리들 o으로 바알갛게 터지며 봄 부르는 동백꽃 천지다. <이경철·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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