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같은 시(詩)를 쓰고 싶다’-서숙희(1959∼ )
흐릿한 상(像) 하나를 붙들고 시름하는 밤
밤은 깊어가고 시의 문전은 멀고도 높은데
허기만 둥글게 부풀어
밥 생각이 간절하다
뜨거운 물과 불을 거쳐 쌀은 밥이 된다
서로를 처절하게 껴안고
온전히 익고 익어서 눈부시게 엉긴 살점들
시린 공복의 손으로 밥솥을 열 때 만나는
저 지순하고 뜨거운 한 사발의 찰진 욕망
그득히 고봉으로 퍼 담는
아, 밥 같은 시 쓰고 싶다
어디 시만 이렇게 밥같이 쓰는 것일까요. 정초 매사 밥같이 살아내며 남들에게 밥 같은 사람 되려 다잡은 마음 벌써 설익은 밥알처럼 서걱거리는데. 으스러져라 물불로 갈려 처절하게 껴안고 뒹구는 정국(政局) 저들의 욕망만 차진데. 언제쯤 지순하고 뜨거운 고봉밥 지어 내놓을 수는 있을는지. 이 시같이 사심 없이 지순한 길로 접어들 마음이라도 내비칠 수는 있을는지. <이경철·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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