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연지(蓮池)’- 곽홍란(1960~ )
어쩌면 한 뉘 있어 가던 길 세운 걸까
살며시 귀 기울이면 처억 척 회초리소리
저 홀로 종아리 걷고 밤새도록 내리친다
세상으로 이어진 길 아득히 지워지면
비 젖고 쓰린 상처 바람이 말리는지
얼붙어 싸늘한 못물, 속살 데우는 마른 연(蓮)
쉬 썩을 수가 없어 까맣게 타버린 대궁
어둠 속 곧추앉아 아직은 먼 봄 마중인가
숫새벽
제 심지 부벼
하늘 자락 지핀다.
물 그늘 하늘 그늘 내 맘 그늘로 피어올라 한여름 고즈넉한 꿈이었던 연지 꽁꽁 얼어붙었다. 언 들녘 휘몰아치는 바람인가. 저 까맣게 타 얼어붙은 연꽃 대궁끼리 처억 척 부딪치는 소리는. 아니면 시인의 다른 시처럼 “끝없이 나들던 바람 낱낱이 다 재운 뒤/ 제 살갗 꿰뚫은 자리”에서 그래도 남은 정념 사르려 제 스스로 내치는 회초리 소리인가. 그러고도 또 봄 마중이라니. 어찌해볼 수 없는 도저한 그리움이여. <이경철·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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