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신문칼럼)

[중앙시평] 서울과 경기는 하나다

시인 최주식 2010. 1. 12. 22:27

[중앙시평] 서울과 경기는 하나다

 

경기도에서 일한 지 2년 반이 됐다. 왜 ‘경기(京畿)’라고 했을까. 임금이 사는 궁(宮)을 중심으로 3리에 성(城)이 있고 7리에 곽(廓)이 있어 성곽 안 10리(4㎞)를 경(京)이라 했다. 곽 바깥 100리를 교(郊), 교에서 100리를 전(甸)이라 했다. 원래 중국에선 경에서 500리 안쪽을 기(畿)라 했지만 우리 경우 200리를 경계로 왕의 직할지라 해서 경기라 했다. 고려 현종 때 도입했다니 1000년 역사가 된다.

한나라의 도읍지가 되려면 적어도 반경 200리는 돼야 한다. 천년 전에도 그러했다면 지금이야 말할 게 없다. 그런데 우리의 수도 서울은 어떠한가. 우선 서울시가 쪼잔하기 짝이 없다.

일제가 도읍지 한양을 축소·왜소화하기 위해 반경 10리 이내 땅을 경성(京城)이라 명명한 이래 서울은 사대문 밖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문화재가 즐비한 좁은 땅에 비비적대며 옹색하게 신청사를 올리고 있다. 여기에 서울 밖은 수도권이라 해서 온갖 규제를 담은 수도권정비계획법을 만들어 움치고 뛸 수도 없게 했다. 인구가 넘치고 집값이 치솟으면 한강 넘어 강남으로 오고 이것도 모자라 분당 판교를 거쳐 이젠 동탄까지 내려왔다. 물이 차고 넘쳐야 착수하는 오버플로(overflow)형 개발로 일관해 왔으니 도시는 난개발이고 무계획적일 수밖에 없다.

서울의 인구밀도는 ㎢당 1만7000여 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고다. 2위 멕시코의 두 배이며 뉴욕의 8배, 도쿄의 세 배다. 아무리 디자인으로 분칠을 해본들 삶의 질이 나아질 수 없다. 여기에 포퓰리즘을 동원해 정부가 수도 이전을 획책했고 그것도 안 되니 수도 분할에다 세종시까지 등장한 것이다. 세종시의 대안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급한 것은 수도 서울과 수도권 경기도를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보다 근본적인 문제부터 풀어야 한다. 서울과 경기를 따로 놓고 보면 지금과 같은 시행착오는 거듭될 뿐이다.

둘이 아닌 하나라고 볼 때 문제는 쉽게 풀린다. 반경 200리의 경기를 놓고 도시 설계를 크게 한다. 묶을 것은 묶고 풀 것은 확 푼다. 주거지역과 업무지역, 첨단과학지역과 대학 단지 등을 새로 계획하고 지하 40m의 대심도 지하철도(GTX)를 X자형으로 거미줄처럼 연결한다. 이게 메가 시티고 대수도다.

도쿄는 서울의 3.6배고 베이징은 서울의 27배다. 워낙 큰 나라 수도라지만 서울·인천·경기도를 다 합쳐도 3분의 2 수준이 될까 말까다. 크다고 다 좋은 것은 아니지만 글로벌 경제시대 수도라면 200리 반경은 최소 유지해야 안 되겠나.

조선조 말 고종은 갑오개혁을 단행해 전국 8도를 23부(府)·337군(郡) 체제로 개편한다. 현 서울시와 경기 북부지역을 합쳐 한성부(漢城府)로 했다. 현재의 경북 지역을 대구부와 안동부로, 경남을 진주부와 동래부로, 호남을 전주부·나주부·남양부로 나누는 형식이었다. 요즘식으로 치면 광역시와 도를 합쳐 하나의 행정단위로 하는 방식이니 충분히 참고할 만하다.

이미 행정개편을 앞두고 몇몇 국회의원이 나름대로 개편안을 제시한 바 있다. 일부에선 도를 없애고 60여 개의 광역시로 하자는 안도 있고 강소국형 연방제안도 나온 바 있다. 여기에 한때는 정부가 무슨 이유에서인지 도시 간 합병을 촐싹거려 유도하더니 지금은 쑥 들어가 버렸다. 원칙도 방향도 없는 일회성 개편으로 나라를 흔들어선 안 된다.

먼저 글로벌시대에 맞는 수도란 게 어떤 것이냐에 대한 국민적 대합의를 일궈내야 한다. 이와 연동해 각 정당은 국토 개조에 맞먹는 행정개편의 큰 틀을 짜 다음 대선에 선거공약으로 내놓아야 한다.

일본은 4년 전 총리직속 지방제도조사회에서 ‘도주제의 올바른 자세에 관한 답신’이라는 보고서를 총리에 제출했다. 현재 1도(都·도쿄), 1도(道·홋카이도), 2부(府·교토와 오사카), 그리고 43현(縣) 등 47개의 지자체를 10개 안팎의 도(道) 또는 주(州)로 통합해 재설계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보다 큰 단위의 지자체로 가면서 지방분권을 더 강화하자는 데는 자민당과 민주당이 견해를 같이하고 있다.

세종시 하나만 끝내면 그만이라는 안이한 생각에서 벗어나 국가경쟁력과 통일 이후를 함께 생각하는 대수도론과 행정개편론을 국민 앞에 제시해 심판을 받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그래야 서울이 살고 경기도가 살며 대한민국이 세계를 향해 비상할 수 있을 것이다.

권영빈 경기문화재단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