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5만원이세요’는 기형적 표현 [중앙일보]
할인마트 등 계산대의 점원에게서 요즘 부쩍 많이 듣는 말이 “5만원이세요” “10만원이세요” 등처럼 ‘-세요’ 표현이다. 과거에는 “5만원입니다” “10만원입니다”고 하던 것을 더욱 정중하게 표현한다는 의도로 이런 말을 쓰는 것으로 보인다.
‘-세요’ 자체는 존대를 나타내는 말로 쓰이는 것이 맞다. “우리 어머님이세요” 등과 같이 사용된다. 그러나 예문에서 보듯 존대의 대상은 사람이어야 한다. 사물은 존대의 대상이 될 수 없다. 만약 “제 노트북이세요”라고 한다면 얼마나 웃기는 말인가. TV 프로 ‘미수다’에서나 나올 법한 표현이다.
‘-세요’ 앞에 사람이 아닌 것이 오는 경우도 있으나 이때는 의문이나 명령을 나타낸다. “갑자기 웬일이세요?”에서는 의문을, “어서 가세요”에서는 명령을 나타내는 말로 쓰였다. 따라서 “5만원이세요”는 ‘5만원’을 높여 부르거나 의문 또는 명령을 나타내는 말로 사용되는 세 가지 경우만 존재한다.
결국 “5만원이세요”는 손님이 아니라 돈을 존대하는 기형적 표현이다. 누군가 일부러 ‘-세요’란 우스꽝스러운 바이러스를 심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냥 “5만원입니다”고 해야 한다.
배상복 기자
'수필(신문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계급(階級) / 계층(階層) (0) | 2010.01.14 |
---|---|
2년 터울로(?) 열리는 대회 (0) | 2010.01.14 |
[ESSAY] 50년 아내에게 준 감사장 (0) | 2010.01.13 |
10여만 원>10만여 원 (0) | 2010.01.12 |
손주 (0) | 2010.01.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