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10여만 원>10만여 원
올해 여름휴가비로 얼마나 들었느냐는 질문에 한 명은 10만여 원, 한 명은 10여만 원이라고 대답했다. 누가 휴가비를 더 많이 지출했을까? 답은 10여만 원을 쓴 사람이다.
‘-여’가 ‘10’ 뒤와 ‘10만’ 뒤에 붙는 것에는 의미 차이가 있다. ‘-여(餘)’는 수량을 나타내는 말(십·백·천·만 등) 뒤에 붙어 ‘그 수를 넘음’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로 사용된다. ‘10만여’나 ‘10여만’이나 일단 ‘10만’을 넘는 수란 것은 분명하다. 문제는 ‘-여’가 어디에 붙느냐에 따라 수량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10만여’는 그 범위가 10만을 넘지만 11만 미만임을 나타낸다. 10만 1부터 10만 9999까지의 어느 수를 이른다. 10만은 확정적이나 뒤의 수는 1∼9999 사이에 있다는 뜻이다.
‘10여만’은 10만을 넘어 11만 이상 19만 9999 이하의 범위에 있음을 가리킨다. 10만을 만 단위로 넘는 수다. 10만은 확정적인데 그 이하는 1만~9만으로 유동적일 때 쓴다.
10만 9, 10만 550, 10만 1770원은 ‘10만여 원’으로 표현할 수 있고 12만, 14만, 19만 원은 ‘10여만 원’으로 표현할 수 있다. 그러면 5234만 8800원은 어떻게 고치는 게 바를까? 5234만여 원 또는 5230여만 원으로 바꿔야 한다.
이은희 기자
'수필(신문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5만원이세요’는 기형적 표현 (0) | 2010.01.14 |
---|---|
[ESSAY] 50년 아내에게 준 감사장 (0) | 2010.01.13 |
손주 (0) | 2010.01.12 |
예, 아니요로 답하기 (0) | 2010.01.12 |
[중앙시평] 서울과 경기는 하나다 (0) | 2010.01.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