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신문칼럼)

2년 터울로(?) 열리는 대회

시인 최주식 2010. 1. 14. 20:13

[우리말 바루기] 2년 터울로(?) 열리는 대회 [중앙일보]

 

한국 사회에서는 나이가 인간관계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보니 연령과 관련된 용어가 다양하게 발달돼 있다. 그중 하나인 ‘터울’에 대해 생각해 보자.

ㄱ. 피구와 지단, 호나우두 등은 일 년 터울로 레알에 입단했다.

ㄴ. 이 대회는 4년마다 열리다가 1993년부터 2년 터울이 됐다.

ㄷ. 한 살 터울인 신지애와 미셸 위는 친구처럼 정답게 경기했다.

ㄹ. 진희는 네 살 때 한 살 터울의 오빠와 보육원에 들어갔다.

터울은 ‘한 어머니의 먼저 낳은 아이와 다음에 낳은 아이와의 나이 차이’를 뜻하는 단어다. 위 예문 ㄱ, ㄴ, ㄷ은 ‘터울’을 잘못 사용했다. ㄱ의 피구·지단·호나우두 등은 친형제가 아니고 ㄷ의 신지애와 미셸 위도 자매가 아니기 때문에 이 단어를 쓸 수 없다. ㄱ은 ‘일 년 터울’ 대신 ‘일 년 간격’으로, ㄷ은 ‘한 살 터울인’을 ‘한 살 차이인’ 등으로 고쳐야 한다. ㄴ은 사람 나이가 아니라 대회가 열리는 때를 말하므로 더더욱 터울을 쓸 자리가 아니다. ㄹ이 제대로 쓴 예다. 이 단어는 “형제간에 터울이 많이 진다” “형과는 터울이 떠서 싸울 일이 없었다”처럼 쓸 수도 있다.

김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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