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詩그리고詩/한국명시

묵 상 / 천양희

시인 최주식 2010. 1. 14. 21:24

묵 상   / 천양희
      
말하지 말아야 할 것을 수없이 말하고
가지 말아야 할 곳 수없이 걸어가고
버려서는 안될 것
수없이 버렸습니다
사랑 하나에도 목숨걸지 못하고
진실 하나에도 깃발 들지 못하고
아무 것도 내놓지 않는 세상 원망했습니다
혀끝으로 수없이 맹세하며
혀끝으로 수없이 배반하며
혀끝으로 수없이
거짓을 보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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