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아침

‘겨울나무의 진실’ - 정대구(1936∼ )

시인 최주식 2010. 1. 23. 19:33

‘겨울나무의 진실’ - 정대구(1936∼ )

겨울나무의 진실은

남성적이다.

여자야 어디 견디겠느냐.

사내대장부인 나의 참뜻을 알려거든

설한풍에도 빳빳하게 서 있는

겨울나무를 보아라.

일체의 장식을 떨구어 버리고

가슴팍을 가는 칼질 소리

선명하게 드러내 놓고

버티어 버티어서는 골격

겨울나무의 진실을 보아라.

절제를 보아라.

그 이상 사나이가 무슨 가식이 필요한가.

여자야, 견디겠느냐.

최소한의 표현으로

나는 너에게

살 한 점 붙지 않은

순 뼈로써 말할 뿐이다.



모든 치장, 허사(虛辭) 다 떨구고 맨 몸으로 선 나무. 설한풍에 맨가슴팍 드러내놓고 버티고 선 겨울나무. 겨울나무 사내대장부 같으니 시의 톤 또한 굵직하다. 여성 독자분껜 미안하지만 여성에 길들여져 남성이 사라진 시대, 오랜만에 만나보는 사나이의 야성적 육성 반갑다. 멸종 위기에 처한 강건하고 순열한 이런 남성 만나시려면 부디 길들이지 마시길. <이경철·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