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바다 -김남조(1927~ )
겨울 바다에 가 보았지
미지(未知)의 새
보고 싶던 새들은 죽고 없었네
그대 생각을 했건만도
매운 해풍에 그 진실마저 눈물 져 얼어 버리고
허무의
불
물이랑 위에 불붙어 있었네
나를 가르치는 건
언제나
시간……
끄덕이며 끄덕이며 겨울 바다에 섰었네
남은 날은
적지만
기도를 끝낸 다음
더욱 뜨거운 기도의 문이 열리는
그런 영혼을 갖게 하소서 (하략)
일출(日出)의 바다는 분명한 메시지다. 느낌표 가득한 ‘낳는다!’다. 그러나 수심 속 기둥을 이루고 있는 인고의 물, 겨울 바다는 묵시(黙示)다. 물인지 불인지 바람인지, 삶인지 죽음인지, 찰나인지 영원인지 한참 들여다보게 한다. 바다가 날 들여다보는지 내가 바다를 들여다보는지. 영고성쇠(榮枯盛衰)에 닳고 찌든 삶들이여 겨울 바다에 한번 서 보시라. 맨 바다 맨 마음 들여다보시라. <이경철·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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