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천년이 - 김현(1945~ )
우리가
어느 생에서
만나고
헤어졌기에
너는
오지도 않고
이미 다녀갔나
등나무
의자에 앉아
잠시, 천년이
지난다
등단 37년에 50여 편 시로 첫 시집 펴냈다니 참 과작인데. 표제작인 이 시 읽어보니 언어 부림과 그리움의 내공에 절로 무릎 쳐진다. 그리움에 얼마나 많은 언어들을 낭비하고도 또 기다리는 시들은 얼마나 많은가. 만남과 헤어짐, 오고 감, 순간과 영원 사이를 분주히 오가며 그 사이만 더 벌려놓고 아파하는 마음들 얼마나 많은가. 하, 그러나 이 시조 흔들의자 가락 타고 천년이 쉼표 사이로 머문 듯 지나고 있네. 홀연 너와 나 만난 듯이. <이경철·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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