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순수한가’ - 박노해(1958 ~ )
찬 새벽
고요한 묵상의 시간
나직이 내 마음 살피니
나의 분노는 순수한가
나의 열정은 은은한가
나의 슬픔은 깨끗한가
나의 기쁨은 떳떳한가
오 나의 강함은 참된 강함인가
우주의 고른 숨
소스라쳐 이슬 떨며
나팔꽃 피어나는 소리
어둠의 껍질 깨고 동터오는 소리
체포, 수감될 때 이글거리는 눈빛과 포효하는 입의 맹수 같았던 혁명가 시인. 독방 수감 중 우주의 고른 숨소리 들으며 마음 닦으며 이런 순수한 시 썼더군요. 풀려날 때 전과는 확연히 다른 부드러운 눈빛과 맑은 미소. 민주화 이후 10년 중동의 광야 헤매며 모진 삶과 땅의 마음 찍어 사진전 열고 있군요. 재야·민주화 투사들 보상인 듯, 훈장인 듯 한 자리씩 꿰찼던 지난 10여 년 다시 광야에 서 순수가 무엇인가 묻고 있었더군요. <이경철·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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