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취의 사랑 - 윤후명(1946~ )
눈 속에서도 싹을 내는 곰취
앉은 부채라고도 부른다
겨울잠에서 갓 깬 곰이
어질어질 허기져 뜯어먹고
첫 기운 차린다는
내 고향 태백산맥 응달의 고취 여린 잎
동상 걸려 얼음 박인 뿌리에
솜이불처럼 덮이는 눈
그래서 곰취는 싹을 낸다
먹거리 없는 그때 뜯어먹으라고
어거 뜯어먹으라고 힘내라고
파릇파릇 겨울 싹을 낸다
눈 오는 겨울밤 나도 한 포기 곰취이고 싶다
누군가에게 죄 뜯어먹혀 힘을 내줄 풀
둔황 명사산에서 비몽사몽 비천녀(飛天女)에 홀려들던 대책 없는 사랑의 시인 소설가. 지금 그 천녀 만난 듯한데 또 이런 사랑도 있었네. 춘궁기 입맛 싸하게 돌게 하며 그 곰같이 큰 잎 때문에 곰취인 줄 알았는데 겨울잠 깬 곰의 첫 양식이었네. 나 또한 이 추운 날 입안 가득 곰취 쌈 같은, 투박하고 우직한 사랑 한번 주고받고 싶네. <이경철·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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