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비육(肥育)-소 - 송선영(1936~ )
1.
쟤들 한창때는 온 들녘이 품안이어서
서로서로 먼발치에 두 음절 신호도 보내며
해거름, 땅거미 사경(寫經),
그 행간 금빛이었네.
2.
우사 속 우황 든 삭신, 긴 밤 지새다보면
워낭, 날빛에 적셔 사방 누빈 호시절이여
눈뜨면 내내 비육의 시간……
그 먼 들 눈에 밟히네.
설 앞두고 한우 값 황금 값으로 치솟고 있다는데. 우사에 갇혀 그 비싼 고기 근수 늘리고 있는 저 비육우들에게도 한창때 있었거늘. 사람과 한 가족 되어 황금들판 누비던 호시절. 햇빛에 번뜩이는 워낭 출렁이며 음메, 음-메 천천히 흐르던 시절 있었거늘. 아, 어쩌다 누렁이나 사람이나 그 시절 떠나 우사, 도회 아파트에 갇혀 이리 바삐 비싼 근수 늘리는 비육의 세월 되었는지. <이경철·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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