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랑잎 다방 - 황학주(1954~ )
그녀가 허리를 굽히자
스쿠터가 시장 쪽 길을 낸다
장날 사람들은 벌써 흩어지고
구름이 길을 쓸고 있다
늦은 시간 문 따주는 손바닥만한 가랑잎
커피포트 하나 기술 좋게 함께 타고 간다
시골 장터 돌며 커피 파는 가랑잎 스쿠터
올해 쉰이라는 물기 가신 여자가
곰취며 산마늘 파는 조글조글한 할머님들과
자매처럼 깔깔댄다
바스락거린다
가랑잎 다방에 불 켜진다
철 다 지났는데도 아직도 포도(鋪道)를 쓸고 다니는 가랑잎 몇 잎들. 소도시나 읍내에는 그런 가랑잎 같은 여자들 있지. 나름대로 멋 부리고 가랑잎만 한 스쿠터 타고 커피 팔러 다니는 여자들. 도회에서 세련된 웃음 촌 남정네들에게 팔다 여편네들에게 쥐어뜯기기도 하고 장터 할머니들과 언니동생 어우러지기도 하는. 체념이 웃음 돼 버린, 이젠 고향의 풍물 돼 버린 그런 가랑잎 같은 여자. <이경철·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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