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마늘 / 김신용

시인 최주식 2010. 1. 25. 23:52

마늘 / 김신용

 

그는 오늘도 냄새를 풍긴다
먼지를 뒤집어쓰고, 온갖 쓰레기통을 순례한
거리 청소부처럼, 아니, 방랑자 같은 시큼한 땀냄새를
풍기면서
귀가한다
간혹 코를 싸쥐게도 한다
소주 한 잔에 돼지고기 한 점 된장에 푹 찍은 날은
같은 공기로 숨쉬는 것조차 두렵게 만든다
내 목구멍이나 허파에서 격렬한 기침을 터트리고
심하면 위경련이나 천식 같은 발작을 일으키게도 한다
그러나 그는 의젓하다
너털웃음을 웃으면서, 부두의 하역노동자처럼
떡벌어진 어깨를 흔들어대면서, 자기만 있으면
안 되는 일이 없다는 듯이, 어떤 대화에도 끼어들어
고추장 묻은 막걸리 냄새까지 풍겨대면서, 질색을 하는
내 등짝을 거침없이 두드려대면서
마치 자기가 빠지면 이빨 없는 잇몸이요, 붕어 없는
붕어빵인 것처럼
국물맛을 쩝쩝이며, 별볼일 없는 멸치볶음까지 건드리며
얼굴을 찡그리고, 주름살을 활짝 펴기도 하면서
그리고 고추가루가 묻은 이빨을 쑤시면서, 담배 한 대를
맛있게 피우고는
다시 너털웃음을 들썩이며 잠자리로 찾아드는 것이다
이제야 자신의 하루의 노동이 끝난 것처럼.
나는 그가 떠나간 자리의 냄새를 지우기 위해
커피를 끓이거나 작설차 향을 피우면서 법석을 떨지만
그러나 그는 내 꿈속에까지 나타나, 기둥을 세운다
서까래를 얹는다, 야단이다. 마치 모든 것의
자양강장제나 되는 것처럼, 더 건강해진 모습으로
시큼한 너털웃음의 땀냄새를 풍겨대면서
밤의 술집에서 빛의 앙상한 골격 위에 어둠이 부드럽게
살을 입히는 모습을
하릴없이, 턱을 괴고 바라보고 있을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