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나팔꽃과 개미 / 고영민

시인 최주식 2010. 1. 25. 23:57

나팔꽃과 개미 / 고영민


나팔꽃을 들여다보니 그 속
개미 서너 마리가 들어있다
하느님은 가장 작은 너희들에게 나팔꽃을 불게 하시니

 

나팔꽃은 천천히 하늘로 기어오르고
하루하루의 푸른 넝쿨줄기,
개미의 걸음을 따라가면
나팔꽃의 환한 목젖
그 너머

 

개미는 어깨에 저보다 큰 나팔꽃을 둘러메고
둥둥, 하늘 북소리를 따라
입 안 가득 채운 입김을 꽃속에 불어넣으니
아, 이 아침은 온통 강림하는
보랏빛 나팔소리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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