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신문칼럼)

늘어붙은(?) 누룽지

시인 최주식 2010. 1. 26. 22:45

[우리말 바루기] 늘어붙은(?) 누룽지 [중앙일보]

 

계속되는 한파로 온 세상이 꽁꽁 얼어붙은 요즘 구수한 눌은밥에 숭늉 한 사발이 그립다. 전기밥솥이 없던 시절엔 밥을 짓고 나면 밥솥 안에 으레 누룽지가 생겼지만 이젠 누룽지도 별미가 됐다. 식당에서 돈을 주고 따로 누룽지를 시켜 먹어야 할 만큼 귀하다.

“늘어붙은 누룽지를 박박 긁어 먹는 맛이 괜찮다” “누룽지가 밥솥 안에 늘어붙어 잘 떨어지지 않는다”에서와 같이 뜨거운 바닥에 조금 타서 붙어 있을 때 ‘늘어붙다’는 표현을 쓰곤 한다. 그러나 ‘눌어붙다’가 맞는 말이다. ‘늘어붙다’의 ‘늘다’는 부피·크기·힘·세력 등이 커지거나 나아질 때 쓰이므로 ‘늘어붙다’는 의미가 통하지 않는다.

‘눌어붙다’는 주로 “요즘 밥솥은 누룽지가 잘 눌어붙지 않는다” “눌어붙은 누룽지에 물을 부었다 먹으면 된다”와 같이 뜨거운 바닥에 조금 타서 붙어 있다는 뜻으로 쓰인다.

‘눌어붙다’는 “그는 책상 앞에 한번 앉으면 몇 시간은 눌어붙어 있다” “사람들이 자리에 눌어붙어 떠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등처럼 한 곳에 오래 있으면서 떠나지 않는다는 뜻으로도 사용된다.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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