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에이다/에다 [중앙일보]
수도권에 내린 100년 만의 폭설은 교통대란을 일으켰다. 승용차들은 빙판이 된 도로 위를 설설 기고 미끄러운 도로를 피해 지하철로 몰린 승객들로 객실이 미어터졌다. 눈 내린 뒤의 고통은 교통대란만이 아니다. 영하 10도를 넘나드는 기온에 차가운 눈바람이 몰아치면 시베리아 벌판이 따로 없다.
영하의 추위를 묘사할 때 흔히 “살갗을 에이는 차가운 바람에 몸을 떨었다”처럼 ‘에이는’이란 표현을 쓴다. ‘에이는’의 기본형인 ‘에이다’는 ‘에다’의 피동사다. ‘에다’는 ‘칼 따위로 도려내듯 베다’란 뜻이며 ‘칼로 도려내듯 가슴을 아프게 하다’란 뜻으로도 쓸 수 있다. ‘에이다’는 피동이므로 ‘베이다’란 의미가 된다.
위 예문 ‘살갗을 에이는 차가운 바람…’에서는 ‘차가운 바람이 살갗을 베다’란 의미가 되어야 하므로 ‘살갗을 에는’이라고 써야 한다. ‘베다’와 ‘베이다’를 넣어 비교해 보면 ‘살갗을 베이는 차가운 바람’보다는 ‘살갗을 베는 차가운 바람’이 적절함을 알 수 있다. “채찍 같은 바람에 볼이 에이는 듯했다”는 ‘에이다’를 바르게 쓴 사례다.
김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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