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신문칼럼)

잣눈

시인 최주식 2010. 1. 26. 22:45

[우리말 바루기] 잣눈 [중앙일보]

 

갑자기 많이 내리는 눈을 폭설(暴雪)이라 한다. 폭설의 순우리말은 ‘소나기눈’이다. 대설(大雪)은 아주 많이 오는 눈이다. 대설의 순우리말은 사전에 올라 있진 않지만 ‘큰눈’이 적절해 보인다.

‘잣눈’은 ‘많이 쌓인 눈’을 이르는데 사전을 찾아보면 ‘척설(尺雪)’로 가 보라고 돼 있다. 거기서 뜻풀이를 보라는 얘기다. ‘폭설’은 자주 써도 ‘척설’은 그리 많이 쓰이는 단어는 아니다.

‘척(尺)’은 ‘자’(길이의 단위)를 뜻한다. 한 자는 한 치의 열 배로 약 30.3㎝에 해당한다. ‘척설’이란 말을 잘 몰라도 ‘잣눈’이 자[尺]로 재야 할 만큼 많이 내린 눈이라는 뜻임은 알 수 있다. ‘소나기눈’ ‘잣눈’은 ‘폭설’ ‘척설’보다 친근하게 다가온다.

‘촌설(寸雪)’은 ‘한 치 정도 쌓인 눈’을 말한다. ‘치[寸]’는 ‘자[尺]’의 10분의 1로 약 3.03㎝에 해당한다. ‘잣눈’에 견준다면 ‘칫눈’이란 말도 만들어 볼 수 있을 것이다.

표준국어대사전이 ‘박설(薄雪)=자국눈, 분설(粉雪)=가랑눈, 세설(細雪)=가랑눈, 야설(夜雪)=밤눈, 초설(初雪)=첫눈, 춘설(春雪)=봄눈’과 같이 한자어의 뜻풀이를 순우리말로 보낸 것처럼 ‘폭설’과 ‘척설’도 ‘소나기눈’과 ‘잣눈’으로 보내는 것이 바람직하겠다.

최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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