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신문칼럼)

‘추세’와 ‘추이’

시인 최주식 2010. 1. 26. 22:47

[우리말 바루기] ‘추세’와 ‘추이’ [중앙일보]

 

집값에 관심이 많은 김씨와 박씨. 김씨는 “집값 하락 추세가 계속되면 이사하겠다”고 하고, 박씨는 “집값 추이를 봐 가며 이사하겠다”고 한다. 두 사람의 말뜻엔 어떤 차이가 있을까?

그들의 의사를 정확히 알기 위해서는 ‘추세’와 ‘추이’의 의미부터 파악해야 한다. ‘추세(趨勢)’는 어떤 현상이 일정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경향을, ‘추이(推移)’는 형편이 시간의 경과에 따라 변해 나가는 경향을 이르는 말이다. 쓰임이 비슷한 것 같지만 ‘추세’가 ‘일정한 방향으로’에 방점을 찍고 있다면, ‘추이’는 ‘시간의 경과에 따른 변화’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이에 근거해 두 사람의 말을 곱씹어 보면 김씨는 집값이 계속 떨어질 경우 이사하겠다는 것이고, 박씨는 집값이 어떻게 변하느냐에 따라 이사 여부를 결정짓겠다는 것이다. 김씨는 집값 하락이 이어진다는 데, 박씨는 시간이 지나면서 집값이 어떻게 변화할지에 초점을 맞춰 얘기했다는 걸 알 수 있다.

“지난해 3월까지 땅값 하락 추이가 계속됐다” “20년간 주택 매매 추세를 보면 1년 중 2월이 집 팔기 가장 좋고, 12월은 집 사기 가장 좋은 때로 나타났다”처럼 쓰면 어색하다. ‘땅값 하락 추세’ ‘20년간 주택 매매 추이’라고 해야 자연스럽다.

이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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