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 / 유홍준
이런
너는 두 다리를
귀에다 걸치고 있구나 아직
한 번도 어디를 걸어가 본 적이 없는 다리여
그러나 가야할 곳의 풍경을 다 알아서 지겨운 다리여
그렇구나 눈(目)의 발은
귀에다 걸치는 것
깊고 어두운 네 귓속
귀머거리 벌레 한 마리가
발이란 발을 모두 끌어 모으고 웅크리고 있구나
눈에서 귀로 발을 걸치는, 보고 듣는다는 것의 고역이여
얼마나 허우적거렸기에 너는
눈에서 귀로 발을 걸치는 법을 배웠을까
콧등 훌쩍이는 이 터무니없는 생각들
콧등 아래로 자꾸만 흘러내리는
이 형편없는 나의
眼目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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